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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멋, 그리고 사람 : 진주 양반음식 맛보고 촉석루에서 시 한 자락 -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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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음식 맛보고 촉석루에서 시 한 자락"

 

사람들은 일 뿐 아니라 노는 것에도 꼼꼼한 계획을 세우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훌쩍 떠난 그곳에 나를 위로해 줄 무언가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그럴 땐 좀 먼 곳도 좋다. 출발하는 순간부터가 쉼이다. 삶의 생기를 더할 맛있는 음식도 이것저것 먹고 싶다. 그럴 땐 먹을거리, 볼거리 어우러진 경남 진주는 어떨까.

·사진 여행작가 이룸


진주의 맛

삼시세끼로는 부족하다 싶은 먹을거리 풍부한 도시

풍류를 아는 고장답게 교방문화가 발달하며 음식문화의 꽃을 피웠던 진주. 예로부터 양반이 많고 물산이 풍부하던 진주는 먹을거리도 풍요로웠다.

진주에는 전주비빔밥과는 또 다른 진주비빕밥이 있고 안동과는 조금 다른 진주헛제사밥이 있으며 평양냉면과는 다른 진주냉면이 있다.

진주에서는 삼시세끼만 먹는 것이 영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게다가 저녁 술상은 통영다찌집과 비교되는 진주실비집이 있으니 진주여행에서 맛을 빼는 것은 도시락 없이 소풍을 떠나는 것처럼 허전한 일이다.

 

전주비빔밥과는 또 다른 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은 진주의 기방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고,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군사들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소를 잡아 비빔밥을 만들어 먹인 것이 기원이 됐다는 설도 있다. 진주비빔밥은 일단 선지국과 함께 먹는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서 고기로는 육회를 얹고 그 피로는 선지국을 끓여 함께 낸다. 진주비빔밥을 칠보화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황색의 놋그릇과 흰 밥, 그리고 다섯 가지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을 내어 그 모양이 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숙주나물, 시금치, 고사리, 무채 등을 넣고 가운데에는 참기름과 마늘 등으로 양념한 육회를 얹어 비벼 먹는다.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한양의 선비들까지 진주비빔밥을 먹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왔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진주중앙시장에 진주비빕밥으로 유명한 천황식당과 제일식당이 있다. 천황식당은 90년간 4대째 진주비빔밥을 계승해오고 있다. 겨울엔 속때기라는 해조류를 사용해 풍미를 더하고 고추장과 간장 등은 모두 재래식으로 직접 담근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깨끗하고 맛있는 집이기도 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맛집으로 출연했다.

 

거짓으로 제사를 지내고 먹는 밥 진주헛제사밥

헛제사밥은 마치 제사를 지내는 듯 제사음식을 준비해 상을 차리는 것으로 몇 가지의 전과 조기 등의 생선, 각종 나물반찬 등 제사 때 주로 먹는 음식들이 상에 올라온다.

이는 제사를 지낸 후 먹는 음식과 비슷한데, 가짜 제사밥이라는 의미로 헛제사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진주헛제사밥은 유래는 이렇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허기가 졌는데 가난한 이웃들이 마음에 걸려 거짓으로 제사를 지내는 척 제사음식을 준비해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헛제사밥정식은 고사리, 도라지를 비롯한 7가지 나물반찬과 돔, 조기 등의 생선, 육전과 호박전 등 전류, 선지탕국, 떡과 정과 등 푸짐하게 차려진다. 제사음식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으로도 손색없다.

진주의 헛제사밥은 헛제사밥 명인으로 지정된 이명덕씨에 의해 재현되고 있으며 청곡사 입구인 금산면 갈전리에 진주헛제사밥식당이 있다. 이 식당에선 헛제사밥 외에 말린전과 돔, 조기 등 생선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후렴전탕도 별미다.


 육전 올린 ‘진주냉면’과 ‘진주장어골목’ 

진주냉면의 특징은 바다가 가까운 지형 덕에 해산물로 낸 육수를 베이스로 삼고 수제 메밀가루로 뽑은 면 위에 고소한 쇠고기 육전을 올린다는 점이다. 새콤달콤한 냉 면과 육전이 조화를 이루어 맛의 조화를 이룬다. 면은 쫄깃하고 육수는 시원해 자꾸 생각나는 진주의 명물이다. 

또 촉석문 앞으로는 장어 거리가 형성돼 있다. 몇십 개의 장어집이 남강과 나란히 열을 맞추고 있어 남강의 풍광을 보며 식사할 수 있다. 장어는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운 것과 소금 양념을 해 서 구운 것 두 가지이며 장어를 먹은 후엔 장어탕으로 식사하는 것 이 보통이다.


끝없이 나오는 육해공안주 ‘진주실비집’ 


진주하면 실비집도 빼놓을 수 없다. 술을 시킬 때마다 알아서 안주가 나오는 방식은 통영 다찌집이나 전주 막걸릿집과 비슷한데, 진주에서는 술 한 병당 정해진 안주를 내어 주는 일도 있지만, 손님상에 안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알아서 내주기 때문에 인심이 더 넉넉하다. 

게다가 물산이 풍부한 덕에 해산물을 비롯한 육해공 안주가 다채롭게 나 와 술 먹는 맛을 돋운다. 


진주의 멋

남강서 풍류에 취하고 진양호서 안개와 노닐다  


진주성 촉석루 기대어 시 한 자락 


진주의 상징인 진주성은 1952년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이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곳이다. 진주대첩과 함께 기생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촉석루 의암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위 위에 우뚝 선 누각이라는 뜻의 촉석루. 촉석루는 진주성 안에 오롯이 들어앉아 있다. 촉석루 마룻바닥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늘 반질반질하다. 촉석루는 먼발치에 있는 바라만 보는 유적이 아니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안식처 같은 곳 이다. 


날씨 좋은 날엔 한쪽에서 짧은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거나 명상에 잠긴 사람도 볼 수 있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촉석루에 기댄다. 남강 변 벼랑 위에 서 있는 촉석루는 그 옛날 전쟁 중엔 지휘본부로, 평상시엔 향시의 고사장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오늘날은 여행자와 시민들의 너른 휴식처가 되고 있다. 


과거 수많은 풍류객이 촉석루에 올라 읊었던 시구들이 촉석루 곳곳에 편액으로 걸려있다. 과거나 현재나 풍류 를 아는 사람이라면 촉석루에 잠시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어려운 시대 속에 살지만 시 한 자락, 노래 한 가락 읊 조릴 수 있다면 어찌 아니 좋을까. 


촉석루에 걸려있는 조선 중기 학자 한몽삼의 시 한 편이 눈에 띈다. 


“천지지간에 처음으로 특별한 곳 열었으니 

어느 해 호사가가 이 다락을 세웠는가 

(중간 생략) 

만호후 높은 벼슬 내 분수가 아니니 

바라노니 영전하여 이 고을에 누웠으면“ 


촉석루는 예나 지금이나 남강을 끼고 벼랑에 들어선 빼 어난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촉석루에 올라서면 언제고 강바람을 맞게 된다.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촉석루에 서서 바람을 맞노라면 이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가고 싶어진다. 끝내 날지 못하는 사람 몸으 로 태어난 탓이겠지. 중력에 이끌린 채 날개 없이 살아가는 무거운 몸일랑 쉬어가 라고 탁 트인 풍경을 내어준다. 촉석루의 바람과 풍경은 언제든 그 누구나의 것이다. 

촉석루는 미국 CNN에서 선정한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선정 되기도 했다. 다만 외형에 끌린 것만이 아니라면 미국인도 우리의 심상을 조금은 이해하는 것일까. 


진양호 물안개 벗 삼아 노을 산책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덕천강과 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이 만나는 곳에 진양호 가 있다. 진양호는 그 자연스럽고도 거대한 모습만 보고는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실은 인공호수다. 1962년 남강 다목적댐을 건설하며 조성되어 1969년에 준공됐다. 진양호의 물결은 고요하다. 진양호 전망대에 올라서면 호수 너머로 첩첩이 쌓인 산들이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을 시작으로 와룡산, 자굴산, 금오산 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선 산과 호수, 숲이 만나 서로를 와락 끌어안는다. 진주 8 경의 하나로도 손꼽힌다.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고 괜히 화 났던 마음도 슬며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지럽던 정신이 고요해지고 바빴던 마음도 문득 아득해진다. 사람들이 흔히 바다나 강, 호수 같은 물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진양호의 압권은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호수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이다. 시간이나 계절과 관계없이 아무 때거나 우아한 풍광을 선사하는 진양호지만 특히 물안개 피어나는 새벽과 노을 지는 저녁은 누구라도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황홀한 풍경을 선물한다. 자연이 내어주는 공평하고도 대가 없는 선물이다.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3층 높이 365개의 계단으로 되어있어 ‘일 년 계단’이 라고 불린다. 이 계단을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호수 바로 앞에는 방과 로비 등에서 호수를 볼 수 있는 5성급 호텔도 있다.

 

전망대에서 진양호를 감상하다가 문득 그 물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전망대 옆으로 난 일 년 계단을 이용해 호수 근처까지 내려가 볼 수도 있다. 전망대의 다른 한쪽으로는 숲길을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양마산 가는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숲길의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아시아 레이크사이드 호텔에 머문다면 아침 산책길로도 좋다.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야생의 분 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도 매력이다.


끝없이 펼쳐진 물길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때론 복잡한 머릿속을 탈탈 털어 비워내고 아무 생각 없고 싶다. 풍경 좋은 곳에서 ‘멍’ 때리고 싶을 때, 그래서 가슴에 멍울진 ‘멍’까지 털어버리고 싶을 때, 발길 닿는 곳마다 한적한 여유가 있는 진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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