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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는 전가네’의 탁주와 약주 자연이 빚은 ‘맑은 술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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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빚는 전가네’의 탁주와 약주    

 자연이 빚은 ‘맑은 술 한잔’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목월의 시 ‘나그네’는 56자로 이뤄진 짧은 시다. 그 중에서도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두 구절은 주당이 아닐지라도 ‘술’을 저절로 불러온다.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술은 단순히 마시는 술 그 이상의 것이었다. 예를 갖추는 곳에는 늘 따라붙는 전통음식의 하나이자 풍류의 미학을 대변하는 상징 같은 존재다. 손으로 직접 만들고 숙성시켜 전통주의 품격을 살려내고 있는 ‘술 빚는 전가네’. 이곳은 화학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자연재료로 빚은 우리의 술 가양주(家釀酒)를 빚는 양조장이다.  

글 박창수 기자  사진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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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세고 자존감 하늘 찌르는 전가네 양조장 

과거 한 때 전국적으로 2,500개가 넘는 술도가 혹은 양조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미미해져가고 있다. 2000년 대들어 막걸리 인기가 치솟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전통주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지만 사업화를 작정하고 나선 곳들이 아니면 이 또한 알음알음 찾아내야 할 정도다. 전통주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손맛 그 이상의 그 무언가가 들어가야만 전통주의 제 맛을 우려낸다. 그래서일까? 전가네 양조장은 고집이 세다. 아니 센 정도가 아니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다. 

전가네 양조장에서 빚어낸 술은 여느 술집이나 음식점은 물론이고 주류전문점에 가도 구입할 수가 없다.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에 있는 전가네 주막이 아니면 자체 홈페이지에서 링크된 온라인 샵이나 몇몇 포털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단 한 푼도 에누리 없이 단일가격을 지킨다. 그러니 전가네 술을 마시려면 미리 주문하거나 주막을 찾아가는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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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사실 전가네 술은 이미 유명세를 탔다. 2018년 ‘우리술 품평회 탁주 대상’에서 ‘산정호수 동정춘 막걸리’는 대상을 ‘배꽃 담은 연’은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 해에 한 양조장이 대상과 우수상을 휩쓸었으니 세간의 주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그 유명세를 위해 코를 드는 것이냐면 꼭 그것도 아니다. 술을 만드는 양조장 주인의 마음이다. 전기보 대표의 고집이다. 대량생산 대량판매에 관심이 없다. 아니 그것은 자신의 전통주 제조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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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동료가 건넨 막걸리에 마음이 취해 

선택한 길

‘술 빚는 전가네’가 애주가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14년 10월이다. 전 대표는 애주가이긴 했지만 

그의 직업은 술과는 전혀 다른 분야였다. 24년 간 교보생명에서 근속한 후 열린사이버대학교에 

서 금융자산관리학과 학과장을 지내며 ‘행복한 은퇴연구소’를 만들어 방송과 강연 활동을 병행 

했다.

2013년 겨울이었다. 학교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사진에 심취한 그는 취미를 넘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 즈음 중국 오지로 사진 촬영을 떠났다. 함께 출사에 나선 동료가 자신이 직접 담근 

술이라며 가방에서 세병의 막걸리를 내놓았는데 그 술맛에 머리가 아닌 마음이 취해버렸다. 귀국 후 2014년 1월 한국가양주연구소를 찾아가 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유년시절 할머니가 잔칫집에 데리고 다닐 때마다 술 한 모금씩 주신 게 떠올랐어요. 성인이 되어 맛 본 집에서 담근 술까지 기억에 더해져 향수를 자극했던 겁니다. 그냥 이유없이 끌렸어요” 라고 전통주에 빠져든 계기를 밝힌다. 

술 담그기 교육을 받기 시작한 그해 10월 그는 유명산 자락 아래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술 빚는  

전가네’ 양조장과 주막 문을 열었다. 직접 만들어 주막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직접 만든 누룩 이용한 전통방식에 주인의 개성까지 들어가 

지역특산주의 양조장 조건은 45㎡. 술 빚는 전가네 양조장의 크기는 이것보다 약간 넓은 약 56㎡ 규모이니 작은 편이다. 중요한 것은 술 맛이다. 전통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누구의 손길이 닿았고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맛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늘 하던 방식대로 술을 만들어도 어떤 때는 술맛이 전혀 다르다. 그 원인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빚어내는 일에는 아주 특별한 뭔가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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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육을 받은 지 1년도 안 된 왕초보가 술을 만들어 판매까지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  

만 전 대표의 정성과 열정이 버무려진 이유에서인지 술맛은 제대로 났다. 전 대표는 술의 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건으로 누룩, 습도, 쌀의 상태를 꼽는다. 특히 누룩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술 맛은 달라진다. 그는 자연에 순응한다는 자신만의 초심을 지키며 3개월에 한번씩 누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직접 개발한 앉은뱅이 우리밀을 쌀에 넣어 만든 흩임누룩(찐쌀에 종국을 뿌려 만든 일본식 입국)과 이화곡을 사용하고 이양주와 삼양주 등 술을 빚는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 2018년 ‘우리술 품평회 탁주 대상’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한번 술을 담을 때마다 100ℓ의 양을 빚어내는 데 초창기에는 제 

맛이 나지 않아서 그대로 버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오묘한 것이 지금도 그 원인은 모른단다. 

러니 마신 사람들이 감탄하는 전통주를 빚어내는 일이란 여간 힘든 게 아닌 것이다. 

전가네 술의 브랜드는 총 10여 가지. 막걸리로 불리는 탁주, 청주, 증류주를 만들어낸다. 야관문 

이 들어간 알코올 도수 40도의 ‘입술’, 지초로 붉은 색을 내 홍주로 빚은 ‘사십오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61세 환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두 번 증류해 알코올 도수 61 도를 내는 ‘육십일도’ 등등 술마다 ‘빨간구두의 멋쟁이시니어’로 불릴 만큼 개성이 남다른 주인의 남다른 기질과 정열을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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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단양주 만들기 체험교실도 운영

대량생산은 여전히 NO

전가네 양조장은 전 대표의 공간만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전통주만들기 체험학습도 진행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로 인해 잠시 멈춘 상황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해에 2~3백 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전통주를 알고 또 배워갔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인생 2막 준비를 하는 시니어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술을 배우겠다는 사람들이기에 단 두 세 명일지라도 하루 전에만 예약을 하면 단양주 체험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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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전가네 양조장에는 유명세를 듣고 중간유통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곳은 없다. 대량생산으로 저가를 유도하는 그들과는 더 이상 타협을 할 수가 없단다. 지금까지 지켜온  전통을 잇는 자신만의 술 빚기 방법에서 벗어 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림이 없는 데다 큰 돈 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전기보 대표는 양조장과 주막을 운영함에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단다. ‘술 빚는 전가네’의 고집이 센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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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네양조장 

주  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 322번길 29 술 빚는 전가네

문  의  031-532-9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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