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호남대박국밥집 전만재 사장 "새해희망 되어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르다"

작성자 정보

  • PEOPLE365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특집: 호남대박 국밥집 전만재 사장


b35136bc143ccd133d1cc76d04afdaa2_1684813059_443.jpg

b35136bc143ccd133d1cc76d04afdaa2_1684813319_4227.jpg
 

주인장 소망,

새해희망 되어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르다.


이른 아침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뿌연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 위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른다. 시간에 쫒겨 일터로 나가는 이에게는 빈 속을 채워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되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는 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밥상이 된다

종로2가 탑골공원 뒤편 허리우드 극장 옆 작은 골목의 다섯 평 짜리 국밥집 호남대박’! 

매일 새벽 여섯시 반이면 어김없이 전만재 사장이 철재 유리문을 연다. 그가 여는 문은 곧 국밥 한 그릇의 소중한 가치를 몸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서민들의 희망을 여는 문이다.

글 박창수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아침 여섯시 반 문을 여는 건 고객들과의 무언의 약속


영하의 찬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새벽! 게으른 겨울 해가 뜨기 전 국밥집이 줄지어 있는 컴컴한 골목길이 갑자기 밝아진다. 호남대박 전만재 사장이 문은 연 것이다.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떠서 대충 씻고 옷 챙겨 입고 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저녁 아홉시면 문 닫고 집으로 돌아가 고작 다섯 시간 자고 일어나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의 하루 출발점이다


그 새벽에 오가는 이도 없건만 왜 이렇게 일찍 문을 여는 걸까?

눈이 쌓여도 몸이 쑤셔도 이 시간에는 열어야 합니다. 지금 열어야 한 시간 후 쯤부터 찾아오는 손님들을 받을 수 있거든요. 나 피곤하다고 문 늦게 열면 국밥 한 그릇 먹어야 하루가 든든해지는 손님들은 헛걸음 하는 일이잖아요. 누구든지 아침부터 배가 허전하면 하루가 힘들고 서글퍼지거든요

 

그에게는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른 아침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무언의 약속이 있는 것. 문을 연다고 국밥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밥이 만들어지려면 한참을 삶고 다시 뼈를 고아야 한다. 마장동 거래처에서 매일 새벽 돼지머리 소머리를 가게 입구에 걸린 두 개의 쇠솥단지에 각각 넣고 삶아야 한다

물론 넣기 전에 찬물로 손질을 한 후 파뿌리를 비롯한 몇 가지 재료를 담은 거름망과 함께 솥으로 들어간다. 가스불이 붙으면 그 다음부터는 실내 테이블을 정리하고 아침밥을 앉히고 파를 썰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육수를 내려면 세 시간 이상이 걸리니 아침 손님에게 내놓을 국밥의 육수는 이미 전날 오후에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냉장고에 있던 육수를 양은 솥단지에 넣고 불을 지핀다. 그 사이에 종류별로 담긴 고기 그릇을 밖으로 내놓고 들깨가루, 후츠, 소금 등의 양념통을 챙기고 수저통까지 채우고 나면 손님을 맞이할 준비는 끝난다. 잠시도 앉아 있을 틈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가게 안팎을 정신없이 드나든 후 그제서야 허리 한번 펴면서 봉지 커피를 타 마신다.

 

여덟시다. 이 즈음이면 동업사장인 유 사장이 출근하고 10여분 후엔 주방 이모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도 아침인사를 하며 등장한다. 마치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 나타나듯이 첫 손님도 수고가 많습니다하며 익숙한 인사를 건네며 안으로 들어온다. 이제부터 국밥집의 전쟁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b35136bc143ccd133d1cc76d04afdaa2_1684813418_1235.jpg
 

국밥에 올려진 푸짐한 인심, 단골들 입 타고 맛집으로 소문나

  

호남대박이 문을 연 것은 6년 전이다. 50대 중반이던 전 사장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무렵 이종사촌 형인 유상천 사장이 국밥집 동업을 제안했다. 자식들도 컸으니 큰 욕심 내지 말고 비교적 메뉴가 간단한 국밥 장사를 해보자고 한 것. 


“올해 제가 63세거든요. 온종일 서서 일하니까 허리가 예전 같지 않아요. 여름보다도 겨울이 힘 들죠. 삶고 썰고 끓이는 일들을 밖에서 해야 하니까 발부터 머리까지 중무장을 버텨야 합니다. 힘이 들지만 그래도 버티게 해주는 사람들이 단골들이죠. 꽤 많은 편입니다” 


창업 당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은 계속 늘어났다. 작년은 코로나19로 인 해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점심시간 저녁 시간에는 밖에서 줄 서 기다렸다가 먹고 가는 이름 그대로 ‘대박집’이 됐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하루 고객 3백여 명은 기본으로 찾아오는 유명한 국 밥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 골목에 7개의 점포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서 있지만, 후발주자임에 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번지면서 유명한 맛집이 됐다.

 

식당 경험도 없었다. 게다가 둘 다 장년의 남자 사장님이 다. 구수한 덕담까지 건네면서 살갑게 맞아주는 여주인 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듯도 한데 손님이 몰려드는 비결이 대체 뭘까? 

“손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 냄새가 나지 않고 국물이 진하 며 양이 푸짐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어디에 돈 들여서 광 고하겠어요. 한 번 드시고 간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단골 이 되고 또 친구나 가족들을 데리고 오면서 손님이 늘어 났지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블로그에도 이 가게의 음식을 올리 고 칭찬을 하는 글과 사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블로 거들의 칭찬과 감동은 역시 맛과 가성비였다. 담백하고 푸짐하다는 것은 공통분모처럼 나타난다. 거기에 가성비 가 따라붙는다. 국밥 한 그릇 5천원. 이 돈으로 어딜 가 서 든든하게 그것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소머리국밥도 7천원으로 저렴하고 돼지머리 고 기는 1만 원, 소머리 수육도 2만 원이면 푸짐한 한 접시를 두 세 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사실 2년 전에는 돼지국밥 한 그릇에 4천원이었어요. 손 님은 많아도 단가가 낮아서 할 수 없이 천원을 올렸거든 요. 그런데 인건비와 야챗값이 계속오르니까 갈수록 순 수익은 줄어들어요. 우리는 무 배춧값이 올라가도 1년 365일 한결같이 직접 깍두기와 김치를 담거든요. 남는 게 시원찮아서 걱정하다가도 손님들이 변함없이 찾아와 주 니 그게 고마워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양도 변함없이 넉 넉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돼지머리 15개를 삶았다. 요즘은 1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b35136bc143ccd133d1cc76d04afdaa2_1684813152_4663.jpg
 

손님들 사연마다 기쁨 넘쳐나는 희망 품은 국밥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 하루 휴무일을 빼고는 아침 여섯 시 반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전만재 사장은 가게 입 구가 일터다. 손님이 늘 많으니 손발이 쉴 틈이 없다. 오 후 서너 시 손님이 조금 덜한 시간에 십분 이십 분 가게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그가 즐 겁게 일하는 이유는 단골이 된 손님들의 즐거운 사연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년에 단골손님이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먹고 갔는데 다음에 와서 하는 말이 대박이 났다는 겁니다. 얘기를 들 어보니 그때 경찰공무원 시험을 앞둔 딸이 함께 와서 먹 었는데 합격을 했다는 겁니다. 또 어떤 손님은 우리 집에 서 머리 고기를 사다가 아들한테 줬는데 아들이 중요한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매주 3만원 어치씩 머리 고기를 사 서 갑니다. 정말 기분이 좋죠. 맛에 대한 칭찬만 들어도 만족스러운데 자녀들 가족들에게 행운까지 찾아왔다고 할 때는 음식에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고등학생이 와서 국밥을 먹고 간 후 집에 돌아가 자랑을 해서 자기 아버지와 함께 온 적도 있단다. 호남대박집을 찾는 손님들 사연은 셀 수없이 많다. 종로 낙원상가가 근처에 있어 유명 연예인들도 심심찮게 찾아 온다. 지난해 11월엔 개그맨 김영철도 들려서 ‘진짜 잘 먹 고 갑니다. 정말 맛있고요. 또 올게요’라는 글과 함께 사 인을 남기고 갔다.

 

전만재 사장은 인생 2막 일터로 국밥집을 시작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한다. 손님이 많아 장사가 잘되 어서가 아니다. 

“가게를 하다 보니 역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람 사는 정이 넘쳐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단골손님들이 전하는 행 복한 에피소드도 들을수록 좋지만 처음 보는 손님들끼리 서로 얼굴 마주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참 보기 좋거든요. 저희 가게는 작아서 불가피하게 합석할 때가 많았거든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일 행이 아니면 합석은 피하고 있죠.” 


b35136bc143ccd133d1cc76d04afdaa2_1684813209_2212.jpg
 

그가 저녁 아홉 시 가게 문을 닫을 즈음이면 허리우드극 장 건물 주변 한구석에서 고단한 하룻밤을 청하는 노숙 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국밥 한 그릇 말아서 갖다 줘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단 다. 겨울인 데다 코로나로 인해 그들을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다면서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는데”라고 말 하는 전만재 사장. 그의 한숨 섞인 걱정은 절망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향한 국밥집 사장의 따뜻한 소망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인터뷰를 마치고 9시 즈음 전철역을 향해 움직일 때 새 해 아침 해는 붉은 열정과 반짝이는 희망을 품은 얼굴로 허리우드극장 간판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PEOPLE365 & people365.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PEOPLE365 TV


이세온의 가요산책


코렌코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