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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판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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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판도가 바뀐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


재생 플라스틱의 사용은 규제 당국과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의 주요 관심사다. 자원순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생 플라스틱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생 원료 사용을 늘리기 위한 입법 조치가 확산되면서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의 확보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급증 하는 수요를 기존 기술로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20년간 지지부진했던 화학적 재활용이 구원투수로 다시 무대로 불려 나왔다. 재생 플라스틱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은 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 라고 강조했다.

글 임숙경 기자  사진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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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입니다.

사실 화학적 재활용은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20년 전 부터 있었던 기술인데 시장성이 없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겁니다. 기술이 완전하지 못해 실패도 많이 했고, 처리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chemical recycling)이라는 말 대신에 ‘advanced circular recycling(고도 순환 재활용 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새롭게 단장된 이름을 들고 나온 것이죠.


기존의 물질 재활용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그 얘기를 하려면 우선 플라스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잘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고분자 화합물입니다. 에탄을 원료로 만든 모노머라는 분자를 사슬처럼 연결해 중합 (polymerization)한 폴리머로 만들어집니다. 에틸렌이 복잡해진 것이 폴리에틸렌(PE)이고, 프로필렌이 복잡해진 것이 폴리프로필렌(PP)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어야 플라스틱의 기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가소제를 넣으면 말랑 말랑해지고, 안정제를 넣으면 분자 구조가 안정되는 식이죠. 물질 재활용(mechanical recycle)은 열을 가해 플라스틱을 녹여 액상으로 만든 후 다시 성형해서 재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씻어서 녹인 후 성형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고 효율 적인 방법이죠. 그런데 한번 녹였다가 다시 성형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플라스틱은 종류별로 성질도 다 다르고 첨가제도 다른데, 그것을 아주 세밀하게 선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활용 공정을 진행하면 이도 저도 아닌 짬뽕 상태가 되는 것이죠. 사람으로 비유하면 재활용을 반복하면서 늙는 것입니다. 검버섯도 생기고요.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 수요가 재소환한 

화학적 재활용


그렇다면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기술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겠군요.

그렇습니다. 물질 재활용이 분자 구조를 유지한 상태로 재활용을 하는 방식이라면, 화학적 재활용은 촉매를 써서 큰 분자를 끊어 모노머 상태로 되돌린 다음, 다시 중합시키는 방법입니다. 중합을 끊는다는 의미에서 ‘해중합(depolymerization)’이라고 합니다. 한번 끊었다가 다시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각종 첨가제와 이물질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치아를 스케일링하듯이 깨끗해지는 것이죠. 물질 재활용에 비해 플라스틱 재생 원료의 품질이 높아지고, 여러번 재활용해도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기술이 왜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을까요?

시장성 때문이죠.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려면 철저하게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엔드 유저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편의상 코카콜라를 예로 들겠습니다. 현재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페트병 원료를 구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깨끗하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신재료 플라스틱을 쓰거나,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한 재생 플라스틱을 쓰는 것이죠. 재생 플라스틱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지만, 신재료 플라스틱은 유가와 연동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신재료 플라스틱값이 오르고 이런 상황에서는 재생 플라스틱의 가격이 신재료 플라스틱 대비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이번 코로나19 시국에서처럼 유가가 떨어지면 신재료 플라스틱 가격이 내려가니 재생 플라스틱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것이 전통적인 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들이 재생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 시장의 논리로 만 생각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코카콜라를 예로 들었는데요. 코카콜라처럼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최전선에서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플라스틱 사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 플라스틱을 선택하게 됩니다. 기존에는 이것이 기업의 자율에 맡겨졌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재생 플라스틱 사용 의무화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면 코카콜라는 어쩔 수 없이 재생 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재생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유가와 연동되던 재생 원료 시장이 신재료 시장과 분리되는 것이죠. 재생 원료만의 독립적인 수요·공급 시장이 생기고, 엔드유저가 원하는 고품질 재생 원료의 수요량과 공급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재생섬유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재생 원료로 만든 페트병이 신재료로 만든 페트병보다 가격이 2배 비싸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죠. 이러한 움직임은 플라스틱 재생 원료 시장에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화학적 재 활용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겠군요.

앞으로 증가하게 될 고품질 재생 원료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시작 단계이고, 일부 기업들만 재생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당장은 재생 원료 조달에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앞으로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 조치가 확대되면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통적인 물질 재활용 산업으로 이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앞서 설명했듯이 품질 문제로 물질 재활용은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빤히 보이는 미래’죠.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이 형성되니 당연히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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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잇는 대기업 투자 

소기업 위주 재활용 시장 재편 불가피 


대기업이 재생 플라스틱 시장에 들어온다면 소기업을 위주로 형성되어온 물질 재활용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엔드유저의 입장에서 시장의 흐름을 봐야 합니다.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면 코카콜라는 고품질의 재생 플라스틱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재생 원료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코카콜라의 경쟁력이 되니까요. 어쩔 수 없이 재생 원료를 써야 한다면 이것을 마케팅 요소로 적극적으 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안정적으로 재생 원료를 공급해줄 파트너를 찾는 것이 유리해집니다. 중소 재활용 기업들이 이 역할을 하긴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석유화학 기업이 리사이클까지 같이 하게 되면 플랜트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집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정제설비로 재생 원료를 제조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화학적 재활용의 현재 기술 수준은 어떤가요?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면 고급 기술의 적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시장 여건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엔드유저가 고품질의 재생 원료를 만들어만 주면 무조건 사주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면 재생 원료 제조사 입장에서는 투자 리스크가 줄어들겠죠. 2025년까지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1차 분기점을 맞을 것이고, 2030년이 되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 시장이 마냥 비단길인 것은 아닙니다. 곳곳에 장벽이 존재 합니다. 미국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법안도 올라온 상태입니다. 더욱이 화학적 재활용의 경우 물질 재활용에 비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 진짜 친환경이냐에 대해 논란이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플라스틱을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보다는 환경에 해를 덜 미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세계적인 흐름이 이러니 우리나라도 화학적 재활용을 공론화해 계속 토론해야 합니다. 화학적 재활용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영세기업으로 구성된 물질 재활용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대기업이 들어와서 기존 재 활용 기업들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조정되기보다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합니다. 지금 플라스틱 재활용을 둘러싼 산업은 어려운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거대한 판의 변 화 속에서 재활용 산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 고, 재활용 사업자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전반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밥 그릇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굉장히 늦은 상황입니다. 재생 플라스틱 시장의 ‘정의로운 전환’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 문맹 탈출을 돕는 쓰레기 해설가이자 쓰레기 통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을 공부한 후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 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소각장 매립지·감염성 폐기물·다이옥신·편의점 쓰레기·수도권매립지의 불법 반입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고, 폐카트리지 재활용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쓰레기 상식과 쓰레기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연구·강의하며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동영상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진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Why? 재활용 과학》(공저)이 있다.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blog.naver.com/waterheat

• 도와줘요 쓰레기박사       youtube.com/seoulkf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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