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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원 대화역장, 김국진 기관사 "오늘도 지하철은 사람들의 꿈을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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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하철 사람들


"오늘도 지하철은 사람들의 꿈을 싣고 달린다"


세상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새벽. 문을 열고 길을 나선 사람들. 부지런함을 밑천 삼아 생을 지탱하는 삶과 마주하면, 새삼 겸손해진다. 노동의 신성함이란 말로 그들의 고단함을 대신할 수 없지만, 돌처럼 묵직한 침묵이 가득한 공간. 새벽 지하철 첫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선한 얼굴이다. 그들의 새벽이 있어 거리가 깨끗해지고, 시장과 상점이 문을 연다

2021년 신축년 새해 첫날에도, 바지런한 마음들을 태우고 지하철 첫차는 오늘도 새벽을 달린다.

| 이성주 기자 사진 | 김성헌 기자

 

세계 속의 한국 지하철, 첫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


1863110일 영국 런던에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만들어졌다. 5.6km 구간을 증기기관차가 승객을 싣고 달렸다. 무려 158년 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이 처음 언급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다. 1920년대 말 서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서자, 전차와 버스로는 도시 교통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1930년대 말 일제는 본격적인 지하철 계획을 수립했지만, 일 전쟁으로 계획은 중단되었다. 광복 이후에도 멈춰 있던 지하철 건설은 1960년대 경제성장과 더불어 다시 시작했고, 1974815일 광복절에 맞춰 종로선(1호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통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은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 9개 구간 7.8km를 달렸다. 비록 세계 최초의 런던 지하철에 비하면 111년 늦게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안전과 편리성 측면에서 세계 으뜸이다.

신축년 새해 첫날을 여는 사람들. 그들의 일터로 안전하게 향하는 지하철, 첫차를 운행하는 사람과 역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희망 있음그 자체다. 3호선 대화역 첫차는 새벽 516, 경기도 일산의 대화역에서 출발해서 서울 송파구 오금역까지 43개 역을 1시간 35분가량 달린다.

 

양재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수현 씨(33)에게 지하철 첫차는 휴식의 공간이다. 처음에는 자가 운전으로 왕복 90km 넘는 거리를 출퇴근했지만, 풀리지 않은 피로감 때문에 얼마 전부터 지하철 첫차를 타고 출근한다.

코로나 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여전히 야근과의 싸움이지요.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하루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첫차를 타고 일찍 출근해서 밀린 업무를 하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지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첫차는 공간이 많아서 간혹 책을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밀린 잠을 자곤 해요. 근데 죄송하지만저 좀 눈을 붙여도 될까요?”


언텍트 시대 속 일상이 달라졌다. 출퇴근 방식이 이전과 달라졌고, 업무처리방식도 비대면을 지향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에 길을 나서 저녁 무렵 되돌아온다. 시민의 하루, 그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곳에 지하철이 있다.  


첫차에 동승하고 몇몇 승객과 짧은 인터뷰를 나누었다.

어떤 시민은 우리의 첫 새벽을 열어주는 기관사님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지하철이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시민들에게 새벽 첫발자국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은 어떨까?

 

황태원 역장과 김국진 기관사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은 지난해 124, 2021학년도 수능날 이었다. 수없이 많은 꿈이 시험장을 향해 긴장한 듯 달려갔고, 그 많은 꿈들을 지하철은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안내했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지만, 시험장으로 가는 차안의 공기는 따뜻했다. 그렇게 오늘도 지하철 첫차는 사람들의 꿈을 싣고 달린다.

 

3호선 운행을 마친 김국진 기관사와 황태원 역장을 대화역에서 만나 시민의 새벽을 책임지는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국진 | 한국철도공사  일산승무사업소 기관사 

“앞으로 30년, 시민의 꿈 싣고 달리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평범함의 유지와 지속’입니다. 일반적 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일의 시작과 끝이기도 합니다. 경 쟁이나 성과를 위해 빨리 달릴 수도 없고, 결코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지요. 열차 기관사는 시민들의 발이기도 하 지만, 동시에 열차와 함께하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속도를 유지하고 지속해야만, 안전하게 일상의 마 침표를 찍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꿈이 열차 기관사였고,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김국진 기관사는 말한다. 그러 면서 기관사의 역할에 관해 묻자 “열차 운행 기준과 원칙 으로 타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한국철도대학교(現 한국교통대학교)를 졸업하고 기관사 시 험에 합격했을 때, 그는 “이제 꿈의 문을 열었을 뿐”이라 고 인생노트에 적어놓았다.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생각은 변함없고 오히려 더해지고 있다. 


“기관사는 어떤 일이 발생해도 열차가 역까지 도착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운행 중 비상시 고장처치 등 기관사로서 필수적인 역량을 갖추어야하지요. 그래서 열차 조정뿐만 아니라 정비 등 관련 공부를 끊임없이 계속해야 합니다.” 200m 길이의 열차가 운행하려면 시동을 거는 데만 40 분 정도 소요된다. 대화역 첫차가 새벽 5시 16분에 출발 하니, 기관사의 하루는 그것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다. 새 벽 열차에 몸을 싣고 일터로 향하는 승객을 떠올리면, 열 차라는 공간은 교통기관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평온하고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주간제어기 핸들 을 잡고 운행을 시작할 때면 ‘언제나 승객들의 안전’을 먼 저 떠올린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까지 일터와 학교 에서 생활했던 시민들의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라잡이 역할. 그가 기관사로서 삶을 천직으 로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아직 젊다. 정년까지 기관사로서 남은 세월은 30년이 다. 외국인 승객과 소통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는 노력 파 기관사. 언젠가 통일이 된 후 통일열차가 유럽까지 이 어지기를 꿈궈본다. 그 열차를 김국진 기관사가 운행하고 있으면 어떨까. 생각만으로 안전한 여행이 길게 펼쳐질 듯 하다.


황태원 |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대화역장 

“시민과 함께한 33년, 자체가 보람입니다”

 

88서울올림픽이 열린 그해 10월, 경인선 연천역에 제복 을 입은 청년이 서 있다. 그가 입은 제복처럼 푸른 꿈이 33년 동안 이어졌다. 철도와 지하철의 역사는 그동안 이름이 바뀌고, 조직도 바뀌었다. 운행과 운영 시스템도 세월에 맞게 변화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뀜없이 뿌 리내리고 있는 마음이 있다. “고객을 위한 안전과 편리 한 서비스 제공!” 강산이 세 번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 히 제복을 입고 지하철역에 서 있다. 


한국철도가 삶의 큰 획을 그었다는 황태원 역장.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시점부터 대화역장으로 부임하 여 일하고 있습니다. 역내 안전과 더불어 코로나19로부 터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까지 확대되었으니, 직접 살 피고 또 살펴야 할 곳이 적지 않습니다.” 


황 역장은 “지하철은 사람들의 소중한 발”이라고 비유 한다. 발이 편해야 건강하게 일도 잘 할 수 있다. 지하 철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시민을 생활 터전으 로 안내한다. 열차가 승객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라면, 역은 둥지다. 3조 또는 4조 교대로 이루어지는 대화역은 수많은 사람으로 분주하다. 역에 근무하는 직원 3~4명 이 역내 안전과 승객의 편리를 제공하려면 한가로울 틈 이 없다. 분주한 가운데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안전 또 안전”을 위해 역을 살피는 황태원 역장의 눈이 매섭다. 


“안전은 기본과 원칙을 지켰을 때 이루어집니다. 의심스 럽다면 확인하고 재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하지 요. 30년 이상 한국철도와 함께하면서 단 한 번의 안전 사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3호선 종점인 대화역은 평일 2~2만 5천 명의 승객이 이용한다. 역 주변 유동 인구가 4~5만 명에 이르니, 코 로나 시대에 위생과 청결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가운 데 하나다. 새해 소망도 건강이란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족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의 건강이 가장 바 라는 소원이다. 건강해야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황 태원 역장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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