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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것과 새것 사이, 낡은 듯 낡지 않은 책 보고(寶庫) -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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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사랑 _ 서울책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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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것과 새것 사이, 낡은 듯 낡지 않은 책 보고(寶庫)

 

낡음의 미학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수록 그 빛을 더욱 발한다. 낡았지만 낡지 않은 새로움이 세월의 흐름 위에 켜켜이 쌓여 한층 단단한 내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개관한 지 어느덧 2주년이 되어 가는 서울시 첫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잇는다.

 글 최진희 기자 사진 김성헌 기자

 

PLACE

공간을 재생하고 감성을 공유하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이자 공공헌책방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잠실나루역 인근에 과거 대형할인점 창고가 있던 빈 공간을 개조해 누구에게나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어느 하나 눈길 주지 않았던 낡은 창고에 숨을 불어 넣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2019327일 개관 이래 하루 평균 1,339, 누적 방문객 수 약 31만 명(202013일 기준)이 이곳을 다녀갔다. 공간 재생의 새로움과 헌책이라는 낡음의 고결한 가치는 헌것과 새것 사이, 낡지만 낡지 않은 감성 공유 공간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서울책보고는 책의 보고(寶庫)’ , 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책을 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뜻처럼 그때 그 시절 청계천 헌책방의 대표 주자였던 대광서림, 동아서점, 동신서점, 행운서점 및 전국 책방 협동조합 등 29개 헌책방의 참여와 기증 도서가 모여 13만여 권의 책보고(寶庫)’가 됐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유휴지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까? 고민하다 몇 가지 대안 중에서 헌책으로 선정됐어요. 헌책방들의 헌책을 위탁 판매하여 헌책의 가치를 알리고 찾아오는 사람들 에게 책으로 즐거운 일상을 제공한다는 취지였죠.” 

서울책보고 이한수 홍보팀장은 처음 헌책방을 모집할 때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의 헌책방으로 등록된 모든 사업자에 등기로 보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단 25개헌책방뿐이었다고. 개관 시 29개의 헌책방으로 시작한 서울책보고는 지난해 11월 6일 2곳이 추가되어 현재 31개의 헌책방이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 모여 있는 헌 책방들은 대부분이 최소 30년 이상, 어떤 책방은 50년 이라는 세월을 다양한 헌책들과 함께해 온 헌책 사랑꾼들이다. 


 IDEA 

뜻밖의 보물? 아니 뜻있는 보물 


서울책보고는 탄생 취지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 구나 반기는 공공의 도심 속 쉼터다. 그래서일까? 헌책을 판매하는 공간뿐 아니라 독립출판물과 명사의 기증 도서 를 열람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 미 절판돼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책을 비롯해 최신 도서 까지 수천 여권의 독립출판물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유 일한 공간인 셈이다. 


특히 명사 기증 도서 전시·열람 공간은 명사들이 오랜 세 월 밑줄 긋고 메모해 놓은 손때 묻은 책들을 직접 만날수 있는 곳이다. 현재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가 서울도서관에 기증한 1만670권 이 전시되어 있으며, 앞으로 작가, 학자 등 다양한 명사 들의 도서를 기증받을 예정이다.

 

이곳이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다채 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명사 기증 도서 를 활용한 토크콘서트, 매월 주제에 맞게 도서 전시를 기획해 북 큐레이터가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금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모든 문화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지 만, 이 시기가 지나면 또 이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특 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여기서 만난 한 대학생은 서울책보고를 ‘뜻밖의 보물’을 찾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더 오래 머물다 보면 이 곳은 ‘뜻 있는 보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책보고는 버려진 유휴지에서 탄생하여 시 민들의 공간으로 돌아왔으며,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죽었던 잠실나루역의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MADE 

모두가 상생하는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만들다 


서울책보고는 재밌는 공간이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도 서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책을 대여할 수 있는 도서관이 아니다. 또 헌책방이지만 기업형 중고서점처럼 개인이 헌책을 사 고팔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오직 입점해 있는 31개의 헌책방의 책들을 판매 한다. 서울책보고 개관 당시 보유 헌책의 수는 약 13만 권이었고, 2020년 1 월 기준 누적 판매 권수는 약 21만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보유 헌책의 수 는 약 13만 권이다. 팔린 만큼 헌책방에서 다시 책을 채워놓는다. 


서울책보고에서 도서 매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건강한 출판 생태계를 만 들 위해서다. 건강한 출판 생태계는 출판사와 서점, 독자가 모두 상생하는 구조다. 기업형 중고서점과 달리 동네마다 한 두 곳 자리 잡고 있던 생계형 중고서점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헌책방들을 한 곳에 모아 헌책의 가치를 홍보하고 책 문화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 바로 서울책보고다. 

‘헌책’이라는 느림의 시간을 누리다 보면 어느새 현재의 시간은 과거가 되 고 또 다른 내일은 오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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