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도사 오광수 대표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싸는 그 느낌, 아는 사람만 알아요“

특집_ 도서출판 꿈과희망 오광수 대표

  
​ 

“새벽 공기가 나를 감싸는 그 느낌" !

 "아는 사람만 알아요“

꼭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시장에서 을 한다거나 새벽 배송을 한다거나 24시간 근무제인 직업에 새벽 타임을 맡고 있다거나 등등. 그렇지 않고서야 꼬박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출판 업계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은 오광수 대표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새벽 마라톤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동이 트기 전 칠흑같이 깜깜할 때의 세상 조용함이 좋다는 그는 그 느낌을 ‘마치 나 혼자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2021년엔 그 느낌적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

글 최진희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오늘도 새벽을 달린다

새벽 5시 30분, 희미한 바닥 조명만 간신히 들어와 있는 서울 청계천 끝자락에서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용산에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광수 대표와 그의 아내 문수경 씨다. 가볍게 몸을 풀고, 신발 끈을 동여매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어디까지 달려갔다가 왔는지 어스름 동이 틀 무렵 발맞춰 뛰어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닮아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2시간씩 달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한다는 오광수 대표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10년째다.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태생적으로 잠을 그리 많이 자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한창 젊을 때도 밤 늦게까지 일하고, 놀고 했어도 아침엔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죠. 그리고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마라톤을 하기 이전에도 조기축구와 사회인 야구를 10년 넘게 해왔어요. 운동이라는 게 10년쯤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더라고요. 축구와 야구가 재미없어질 즈음 마라톤을 접하게 됐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2011년 처음으로 10km 마라톤에 출전했는데 기록이 꽤 좋았다. 기록을 단축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에 매력을 느낀 오 대표는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점은 마라톤을 시작한 지 5년여 만인 2016년 이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는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를 달성했다. 서브스리는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2016년 개인적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한 동아마라톤에서는 컨디션이 최고조여서 풀코스를 다 뛴 후에도 또 더 뛸 수 있을 정도였다고 오 대표는 말한다.

“마라톤에서 서브스리를 달성하는 것은 야구에서 3할 대 타율을 기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등산으로 치면 백두대간을 종주를 마친 거라고 해야 할까요?”

그 이후로 전국 어디든 열리는 마라톤 대회마다 참가하여 메달도 많이 땄다는 오 대표는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만도 180회나 된다고. 이 중에서 풀 코스만 100회, 하프코스는 78회이며, 50km, 100km 울트라 마라톤에도 각각 한 번씩 참가했다.

오 대표! 마라톤 전도사가 되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3년쯤  지나서부터는 그의 옆에 자연스럽게 아내가 함께 뛰기 시작했다. 오 대표가 참가하는 대회에 구경 겸 따라 나섰다가 얼떨결에 같이 뛰고 있더라는 문 여사는 마라톤을 같이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부부 사이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예 대회가 없었는데, 한 해에 많이 나갔을 땐 20회 정도 참여했어요. 전국 어디든 갔죠. 횡성에서 개최하는 대회면 끝나고 횡성 한우 먹고, 제주에서는 끝나고 맛있는 회를 먹죠. 전국 방방곡곡 맛집 여행을 부부가 같이 다니니 부부 사이가 좋을 수 밖에요. 요즘에는 아침에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있어요.” 

그 뿐만 아니라,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마라톤을 한 이후로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오 대표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을 달리니 체중 관리가 저절로 된단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그는 마라톤에 출전을 하려면 나름 상체운동과 근육운동을 해야 해서 중년 몸 관리 에는 마라톤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가 그를 보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인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일도 마라톤처럼 

오 대표는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마라톤 일지를 써왔다. 그날의 컨디션과 운동량, 대회를 준비할 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근육운동의 횟수와 식이요법 등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출판학과를 졸업한 후 30년 넘게 출판 업계에 종사하며 한우물만 파고 있다. 출판사 영업직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오 대표가 ‘꿈과 희망’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한 것은 2002년. 전국의 거래처 서점들로부터 ‘사장님’ 소리를 듣게 된 지도 어느 새 20년이 다 되어 간다.

“출판학과를 나온 동창생들 중 지금까지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출판업은 영세업종으로 인식되다 보니 늘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분야라는 말이 끊이질 않아요. 그래도 저는 늘 출판 업계에서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책은 부가가치가 있기 때문에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우고 이 책이 어디에 필요한지 파악해서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에요. 다행히 저는 이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승부욕과 기록에 연연하던 마라톤도 어느 순간이 되니 욕심이 버려지더라는 오 대표. 그는 

한때 기록에 집착하다 무릎이 망가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운동도 그에 맞게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한다고.   일 역시도 정도를 가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 면 탈이 난다는 것을 사업 초기에 뼈저리게 느꼈다. “출판사를 설립한 2000년대 초 국내에는 저작권이라 는 개념이 좀 약했어요. 그 부분을 확실히 하지 않은 채 발간했다가 5천부를 전부 폐기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콘텐츠만 좋으면 책이 잘 나가 던 때라 금방 회복이 됐죠.” 

출판했던 책 중에 《내 삶을 변화시키는 66가지 지혜》 는 1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히트를 친 책도 여러 권 있다고 말하는 오 대표는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규모를 늘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온 것이라고 강조한다. 

70대가 되어도 ‘즐마’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오 대표는 앞으로 살아갈 남은 인생도 마라톤과 함께 갈 수 있길 바란다. 목표는 70대가 되어도 ‘즐마(즐기는 마라톤)’하는 것이라며, 마라톤이야말로 중년 이후에 할 만한 최고의 운동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대회에 나가서 뛸 때 출발선에서는 사람들과 약간의 부딪침이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페이스로 혼자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다칠 위험이 거의 없다. 

다만 더 나이 들기 전에 개인적으로 500㎞ 울트라마라톤은 꼭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2018년 100㎞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일반 마라톤은 정해진 길을 시간 내에 뛰는 것이고, 진행 요원이 있어 길을 잘못 가거나 하는 일이 없죠. 하지만 울트라마라톤은 코스만 있고 알아서 완주해야 해요. 가다가 식당이 나오면 밥을 먹고 가도 되고, 슈퍼에서 음료 수와 맥주 등을 먹을 수도 있죠. 42.195㎞ 마라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보통 울트라마라톤은 여름에 개최된다. 밤새워 뛰어야 하기 때문에 추울 때 하면 저체온으로 큰일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도 100㎞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했을 때 한밤중에 코스를 이탈하여 한참을 헤매다 다시 찾아서 길을 갔던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극한을 경험하는 울트라마라톤은 다시 한번 경험해 보려고 한다고. 여력이 된다면 지금까지 기록해 온 마라톤 일지와 경험을 바탕으로 마라톤과 인생에 관한 책을 내보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마라톤 대회가 전면 중단되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오광수 대표.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종식되어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고 코로나19로 인해 멈 춰버린 모든 일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고 전한다.

@PEOPLE365 & people365.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