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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주호가 내어주는 시원함 만끽 시골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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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가 내어 주는 시원함 만끽

시골길을 걷다"


계속 달려만 오던 습관 때문에, 쉬지 못하는 생활의 치열함 때문에 여행이나 산책이 먼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것마저 때때로 한없이 달게 느껴진다. 숲속을 걸으며 쉴 수 있는 하루가 귀하다. 팬데믹 시대엔 걷는 것에도 사는 일에도 자잘한 연습이 필요함을 느낀다. 버릇처럼 숲길로 찾아들어 간다. 마음에 쉼을 들이기란 어쩌면 이토록 쉬운 일이다. 

글·사진 여행작가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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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시간, 

충주호와 숲을 동시에

충주호를 끼고 걷는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있다. 이름하여 ‘종댕이길’. 종댕이는 근처 상종·하종 마을의 옛 이름에서 따온 말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섞여 있는 이름이다. ‘상종댕이’, ‘하종댕이’라고 부르던 마을 이름에서 길 이름을 땄다. 숲속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종댕이길은 그 이름마저 친근하고 귀엽다.  

2013년 10월에 생긴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자연 그대로의 숲을 즐기며 호수와 숲을 두루누리며 걷는 길이다. 충주호의 너른 품이 종댕이길을 시원하게 감싸주면서도 숲속에 오밀조밀 난 오솔길을 포근히 걷는 맛도 있다. 숲과 호수, 산을 두루 아우르니 모자란 것이 없다.  

종댕이길은 길의 난이도나 코스가 누구나 걷기에 적당하다. 7.5㎞의 코스로 약 3시간 정도면 걸어볼 수 있다. 심항산과 호수를 크게 휘도는 핵심코스만 걷는다면 3.8㎞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약 4㎞에 이르는 이 핵심구간은 충주호를 곁에 두고 숲길을 따라가는데 화장실이나 쉼터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불편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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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생명으로,  

숲의 시간으로

마지막 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면 오솔길 진입로까지는 약 1㎞ 정도 도로가 나 있는 큰길을 끼고 데크로드를 따라 걷는다. 몸을 릴렉스하기 좋다. 야자수 매트가 발길을 편하게 해준다. 주차장은 마지막재 삼거리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있는데 종댕이길 안내소가 있는 서쪽 제2주차장이 종댕이길 걷기의 출발점이다. 제1주차장 맞은 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하다. 

산길을 걷는 게 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이 마지막 재에서 계명산휴양림 입구를 지나 상종마을과 텃골정 등을 거쳐 충주 다목적 댐물 문화관에 이르는 호숫가 도로변 데크 길을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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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종댕이길은 데크로드를 지나 숲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오솔길로 내려가면 바로 숲이 시작되는데 불현듯 나타난 숲은 생각보다 깊다. 빽빽하게 자리한 활엽수들 덕분에 그늘도 짙다. 숲의 시간 속으로 슬며시 걸어 들어간다. 인공적인 손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 숲의 모습을 살렸다. 깊은 숲으로 들어온 듯 포근하다.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 등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올리고 있다. 다양한 잡목이 섞인 숲은 야생의 분위기마저 풍긴다. 숲길을 걷는 것은 다만 숲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사를 담담히 지켜보는 일이다. 잠깐이나마 숲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자연의 시간을 지내본다. 그래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은 그저 숲을 바라보는 구경꾼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들, 풀과 나무와 꽃과 흙과 새와 작은 벌레들처럼 숲속에 하나의 생명으로 녹아들어 그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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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비로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다. 자작나무가 껍질을 벗듯, 번데기가 껍질을 깨듯, 사람도 한꺼풀 가식을 벗고 순수한 얼굴로 햇볕을 쬐는 때다.

천천히 걷는다. 더 천천히 걸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천천히 걷다 보면 저마다 다른 나뭇결이 보이고 다 비슷해 보였던 나뭇잎 중에서도 처음 보는 나뭇잎이 눈에 띄고, 나무에 맺힌 작은 열매도 보인다. 전에는 궁금해하지 않던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지고 언제 꽃이 필까 열매가 열릴까 알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식물도감을 뒤적여 본대도 숲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비슷비슷한 모양의 나무와 풀들의 이름을 분간해 내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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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사와 함께 걷는다면 숲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다. 숲에서도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숲의 세계에 조금씩 눈을 뜬다. 몰라봤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는 만큼 숲을 느끼는 감각도 확장된다. 오솔길을 수 놓는 박쥐나무의 노란 꽃이 수줍게 잎을 말아 올리고 있다. 곳곳에 빨간 산딸기도 지천이다. 몇 알 따 먹어본다. 

시큼한 즙이 정신을 맑게 깨운다. 누구를 할퀴려는지 찢어진 갈퀴 같은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는 거북이꼬리나무도 자주 눈에 띈다. 조금씩 숲과의 교감이 이어진다. 하지만 나무와 풀들은 그 이름을 알아주지 않아도 전혀 불평하지 않는다. 이름 같은 것이야 어쩌면 외울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름을 몰라도 숲이 주는 청량함은 그대로다.


#몸보다 마음에 보약 

무더운 날에도 숲 안은 시원하다. 초여름의 나른한 더위 속에서도 숲은 상쾌한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걷는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맑게 깨운다. 초록빛의 태양을 쬐고 연두 향의 바람을 맞는 일, 그 상쾌한 중독에 슬며시 걸려든다. 아무리 볕이 강한 한낮이라도 숲속에 들어서면 그것은 초록빛의 신선한 빛으로 모양을 바꾼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속에는 연둣빛이 숨겨있다. 풀 내음,  

꽃향기도 실려있다. 빌딩 숲에서는 마셔보지 못한 공기의 다른 질감이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발아래로 폭신폭신한 땅이 밟힌다. 발걸음이 오랜만에 흙을 밟는다. 떨어진아까시나무의 하얀 꽃들과 솔잎이 뒤엉겨 흙 위에 융단을 깔았다. 부드러운 흙길은 발길의 위안이다.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면서 산길을 걷는다. 운동할 때처럼 적당히 땀을 내며 오르면서 느껴지는 몸의 쾌감도 즐긴다. 차가운 아스팔트 길을 밟으며 경직됐던 발과 관절이 따뜻하고 포근한 흙길을 만나 편안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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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리는 길도 적당하다. 힘들라 치면 평지를 내어주고 지루해질라치면 오르막을 내놓는다. 코스는 심플하지만 길은 다채롭다. 숲의 운치와 산행의 즐거움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길이다. 몸에도 그렇지만 마음에 먼저 보약 같은 숲길이다.


#피톤치드 솔숲 지나고 

 고개 넘으면, 젊음!

무성한 오솔길을 지나 작은 생태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태연못은 종댕이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치유와 건강의 숲을 상징하는 인공 연못이다.  

생태연못을 지나면 이내 충주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너른 충주호가 마치 바다 같다. 국내에서 가장 큰 호수답다. 숲을 걸으며 바다 같은 물까지 만나니 오감이 즐겁다.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군락으로 이뤄진 피톤치드 솔숲에 선 삼림욕 하기 좋다. 숲해설안내소에서 내리막길로 700m 거리라 피톤치드 솔숲까지만 산책하는 사람도 많다.     

심항산을 휘도는 종댕이길은 길 모양이 하트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 길을 걸으면 연인들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길 중간쯤에서 넘게 되는 종댕이고개를 넘으면 한 달씩 젊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종댕이길 중간쯤에 있는 이 종댕이 고개를 넘으려면 어쩔 수 없이 종댕이길을 한 바퀴다 걸을 수밖에 없다. 4㎞의 길을 걷다 보면 젊어질 수밖에 없겠다. 입구에 세워놓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험상궂은 표정과는 달리 길은 오르막이지만 아늑하게 뻗어 나간다.

원터정을 시작으로 길 중간중간에 종종 쉼터와 조망대가 있어 쉬어 가거나 피크닉을 즐기기도 그만이다. 숲에 안겨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정자는 쉬어 가기 좋다. 정자에서 그냥 쉬어 가기만 해도 숲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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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로 만든 조망대가 있는 곳은 풍경도 그만이다. 제1조망대와 제2조망대에서는 모두 충주호를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종댕이길 제2조망대는 충주호를 가장 가깝고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슴을 펴고 탁 트인 호수를 만끽 할 수 있다고 해서 제2조망대를 ‘가슴을 펴라 전망대’라 부르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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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결핍감으로 인해 도시에서 움츠러들기만 했던 마음을 펴는 것도 무료다. 

그렇게 종댕이길은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쉬는 길이다. 종댕이길은 걷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어루만져 준다.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을 만날 수 있고 너른 충주호가 내어주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나무 계단 덕에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도 기껍다. 종댕이길은 대부분이 자연상태의 오솔길이라 걷다 보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걷다 보면 맺혔던 마음과 뭉쳤던 근육이 두루 풀리는 기분이다. 호수를 한 바퀴 휘돌아 걷고 나면 길 끄트머리에서 주황색 출렁다리를 만난다. 이 다리를 건너면 상종마을 쪽으로 갈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르막 숲길을 오르면 다시 오솔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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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빠져나가면 계명산자연휴양림과 만난다. 심항산이 기대 있는 계명산은 예부터 지네가 많아 계족산이라고도 불렸다. 계명산 북동 쪽 기슭에 들어앉아 있는 계명산자연휴양림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전망을 자랑한다. 휴양림 내부 거실에서 호수 조망도 가능하다. 종댕이길을 걷고 휴양림에서 머물며 휴식과 치유의 주말을 보낼 수 있다.  

휴양림 인근 도로에는 충주호에서 유명한 민물 매운탕 식당들과 전망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붕어찜과 메기찜을 비롯해 송어채소비빔회 등은 충주호 곁에서 맛보는 여름 보양식이자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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