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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세계문화지형의 중심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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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간다 K-한복  박술녀 명인


한복,  세계문화지형의 중심을 이끌다


“생존이 목표라면 표류지만, 보물섬이라면 탐험입니다.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보물섬을 향한 여러분의 항해를 멈추지 않기 바랍니다.” 제76차 UN 총회 참석 기간 중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의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현재 우리의 ‘K-컬처’는 세계문화지형의 중심을 이끌고 있지만,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수많은 난관과 역경의 벽을 넘어선 과정이면서 동시에 그 결실이다. 특히 ‘한복’은 K-컬처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천 년 역사를 지닌 한복을 통해 세계인의 관심을 이끄는 인물과 기관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이성주 기자  사진제공 박술녀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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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방탄소년단>


한복의 우수성을  두려워하는 

중국과 일본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일 월드컵으로 전 세계의 관심이 대한민국으로 향하던 2002년, 중국은 ‘자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진행된 동북공정은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되었으나, 멈춤 없이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중국 정부 중심의 초기 왜곡과는 달리 요즘은 유튜버 등 네티즌 중심의 역사 날조로 그 중심축을 바꾸었다. 

역사 왜곡의 한 축이었던 동북공정이 초기에는 ‘역사의 기록 측면에서 날조’였다면, 현재는 김치와 한복 등 우리 일상 속에서 현존하는 문화 쪽으로 시선을 바꾼 것이다. 이런 이유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인이 TV를 볼 수 있는 OTT 서비스로 한류가 문화지형을 바꾼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K-드라마 등을 시청하는 세계인의 관심이 OTT로 더 확산되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이다. 역사 왜곡에서 날조가지 이런 중국의 무지한 태도에 일본 역시 ‘한류의 확산을 막고, 자신의 문화를 슬쩍 끼워 넣으려는 작태’를 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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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전쟁이 랜선을 타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우리의 한복은 중국의 ‘치파오’나 일본의 ‘기모노’ ‘유카타’와는 전혀 다르다. 서양의 시선으로 보면 아시아 각국의 전통의상은 신비한 오리엔탈리즘을 지녔다. 세계 패션계에서 오랫동안 한복은 물론이고 치파오, 기모노, 인도의 사리 등을 주제로 새로운 패션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전통의상들이 우리의 한복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중국과 일본 등이 선이 고운 우리의 한복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박술녀 한복, 한 땀 한 땀 지어

인연을 잇다

한복에 관한 한 박술녀 명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말한다. “말로 탓하면 뭐 하겠어요! 중국과 일본이 제아무리 역사를 날조해도. 우리 문화, 우리 한복의 우수성을 세계인을 향해 직접 보여주면 된다고 봐요. 한복은 단순한 민속 의상 그 이상의 것임을 우리도 이번 기회에 다시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한복은 치파오나 기모노와 경쟁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한복에는 인간의 DNA처럼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 있으니, 그 곱고 빛나는 마음을 한복을 통해 보여주면 된다고 봐요. 세계인 모두가 사랑하는 BTS의 노래처럼, 우리 한복도 그런 위치에 올라섰으니가요. 다만 그 정성과 노력을 멈추지 말고 계속 이어가야 해요. 옷을 짓듯이 세계인의 마음을 잇는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날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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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술녀 명인은 한복연구가이면서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졌다. 스승 이리자 선생 등 1세대 한복연구가의 자리를 잇고 있는 그는 국내외 주요 패션쇼에 참가하여 한복의 뛰어남을 전하고 있다. 

그가 지은 한복은 한류 스타뿐만 아니라, 세계의 스타들이 ‘입고 싶은 옷’으로 손꼽는다. 

박술녀 명인이 지은 한복을 입은 사람은 스타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지은 한복은 한 땀 한 땀 행운이 깃들어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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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배우 김희선>


“BTS뿐만 아니라, 김연아와 박지성, 류현진 등 스포츠 스타도 제가 지은 옷을 입었어요. 해외 스타 가운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이슨 므라즈, 클레이 모레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도 한복을 입었지요.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인데요. 친필로 편지를 써서 저에게 보낼 정도였는데. 저는 한복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러니가 ‘한복을 향한 예우’를 마음 깊은 곳에서 드러내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옷은 예와 그 결을 같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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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창덕궁 패션쇼>

“격식을 갖춘다”는 말은 겉치레와는 그 뜻이 다르다. 우리 옷 한복에는 예절과 존경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격식은 예禮와 경敬을 밑바탕으로 하며, 나보다 상대를 향한 생각과 마음, 그 태도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내 삶의 등대, 어머니의

내리사랑으로 짓다

옷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는 일. 살아가는 동안 의식주는 우리가 입고·먹고· 자는 한낱 사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 ‘정성과 온기를 담는 일’로 평생의 업業을 삼는다. 상품이 아니라, 한복을 지으면서 그 마음을 건네는 일. 박술녀 명인의 삶도 ‘한복’이란 단어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고, 그 뿌리를 따라가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등대처럼 빛나는 어머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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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프랑스 파리 촬영>

“바라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옷. 저는 한복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의 길을 따라가면, 그 뿌리는 항상 어머니에 닿아 있지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나, 20대 초반 방직공장에서 일한 돈으로 동생들을 뒷바라지할 때도, 어머니는 나를 버티게 해준 등대였어요.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어머니는 친척 결혼식에 가실 때면 언제나 정성껏 한복을 차려입고 가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내 손으로 저 고운 한복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지요. 제아무리 삶이 어려워도 정갈하게 한복을 입던 어머니의 모습, 그 속에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지요. 어머니의 그런 마음과 사랑을 제가 지은 한복 속에 새겨놓는다고 생각해요.”

박술녀 명인은 20대 중반 무렵, 1세대 한복연구가인 이리자 스승에게서 한복을 배웠다. 여러 차례 찾아가서 허락받았고, 꽤 오랜 세월 동안 스승으로부터 한복을 대하는 마음도 이어받았다. 

한평생 바느질 기법과 한복의 패턴을 연구했던 스승은 그 당시에도 한복이 더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어머니와 스승으로부터 배운 건, 한복을 짓는 솜씨가 아니라 한복을 대하는 마음과 몸가짐,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건네받은 시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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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상주한국한복진흥원 개원 기념 패션쇼>

“이리자 선생님께서 이제 네 손으 로 지은 한복에 네 이름을 새겨 넣으라는 말씀을 들은 뒤 독립했어요. 그러고는 밤낮없이 정말 열심히 한복을 지었어요. 한복을 더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지요. 방송국을 찾아다니면서 출연진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한복을 입히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에는 나라에서도 못하는 일을 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복 알리기에 힘썼지요. 그런 노력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40년 이상 한복과 함께한 그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쇼에 참여하면서 우리 옷을 알리고 있다. 씨실과 날실처럼 한복은 경사와 위사로 한 땀 한 땀 이어야하는 옷이다. 시간이 걸린다고 그 과정을 건너뛸 수도 없다.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시간을 대신 더 정성들일 뿐이다. 앤디 워홀의 수제자 데이비드 라샤펠이 직접 방문하여 한복을 입고 한 말은 세계로 향하는 우리 한복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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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술녀 명인의 가족 사진>

“박술녀 선생님의 한복은, 제가 한국을 사랑하게 된 대표적인 이유 같아요. 겸손함과 친절함, 따뜻한 마음까지 제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 었어요. 한복을 입으니, 마치 제 결혼식처럼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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