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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 2부 - “해외 무대에서 진가 발휘하는 뭉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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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무대에서  진가 발휘하는 뭉클함” 


PART 2_  

가요무대의 얼굴 김동건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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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의 상징어가 된 시작과 끝 인사말 “해외 계신 동포 여러분, 그리고 멀리 해외 근로자 여러분”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는 이유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36년 전 우리 재외동포들이 약 700만 명쯤 되었을 때인데요. 당시 연출 담당이던 조의진 PD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700만이면 어마어마한 숫자인데 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으로 이 인사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고 나서 한 석 달쯤 지났을까요. 당시 중동에만 몇십만 명이 파견근로를 나갔을 상황인데요. 미국, 중동 등지에서 편지가 어마어마하게 오더군요. 이런 프로그램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요.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들”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렸다는 동포들, 그 한마디에 내가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었다는 동포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후 다른 사정이 생겨서 잠시 그 인사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저한테까지 항의 편지가 오는 등 우리 동포들의 서운함이 참 컸었죠. 그래서 다시 그 인사말을 넣은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이죠. 재외동포들이 가요무대를 생각하는 마음은 또 기다리는 마음은 정말 큽니다. 


신청곡 사연 중 가장 가슴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요?

가요무대가 신청곡 코너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중동에 파견근로를 하던 사람이 녹음해서 육성편지를 보냈는데 그 사연을 듣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연인즉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가 혼자서 5남매를 키웠는데 자신이 5남매 중 막낸데 피난을 가게 되었답니다. 형들은 어머니 짐도 나눠 들고 가는데 자신은 네 살배기 어린아이라 어머니가 보따리 머리에 이고 짐을 들고 지게 위에는 자신을 태우고 그렇게 피난을 갔더랍니다. 이제 막내 아들이 커서 이역만리 중동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어머니 혼자서 그렇게 5남매를 키운 생각을 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도대체 말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사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평범한 근로자가 아주 담담하게 말을 하는데 많은 사람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특집프로그램에 또 한 번 이 사연을 소개했는데 그때도 정말 많이들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이런 것이 가요무대가 가진 장점이고 위력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국민이 같이 울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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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만들어진 순간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방송이 있다면요?

해외공연들이 가장 기억에 남죠. 첫 해외공연을 했던 리비아 건설현장 공연도 참 기억에 남는데요. 사하라 사막의 한 가운데 ‘죽음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사리르’라는 곳이었는데 사풍과 높은 기온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 3시간 하고 나왔더니 전신이 빨갛더군요, 모래바람 때문에요. 아마 그 공연이 가장 고생스러웠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또 독일공연도 잊을 수가 없죠. 그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1963년에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냈었죠. 처음이라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가장 어렵고 힘든 일, 허드렛일부터 했다고 합니다. 광부들은 1,000m 정도 지하로 내려가서 석탄을 캐고 간호사들은 치과에서 치아 닦는 일, 시신 닦는 일 등을 하면서 가령 100원을 받으면 10원으로 생활하고 90원을 고국에 계신 부모에게 보내는 생활을 해온 것이죠. 나중에는 그들의 노동력이 근거가 되어 독일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아 국내에서 공업단지를 만드는 등 산업발전을 이룩하는데 종잣돈이 되었죠.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자 자랑스러운 역사가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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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일공연은 1993년 ‘파독 광부 30주년 공연’이었는데 1963년도에 독일로 간 이후에 30년 동안

한 번도 한국문화를 접하지 못하고 살았던 동포들은 현인 선생을 30년이 지난 1993년에도 최고 

의 인기가수로 알고 있었고, 실제로 피날레 곡으로 ‘신라의 달밤’이 불리자 공연장에 있던 전원이 일어나서 만세를 부르고 앙코르를 하는데 현인 선생도 놀랐었죠. 당시 저도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제가 지금 혼돈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을 위로하러 왔는지 제가 위로를 받으러 왔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독일의 오디오 팀과 기술진들이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뭐냐 어떻게 몇 시간을 하는데도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가고 저렇게 울고 웃고 할 수 있냐?’ 며 의아해하더군요. 

브라질에도 30, 50주년 공연을 하러 갔었는데요. 확실히 국내녹화와는 다르게 해외공연은 녹화가 다 끝나도 현장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몇 번이나 끝났다고 인사해도 집으로 가지 않고 계속 태극기를 흔들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브라질 공연을 마치고 얼마나 고마웠으면 한인회에서 우리 스텝 전원을 관광을 시켜 주셨어요. 이구아수 폭포, 리우데자네이루 등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며칠 동안 관광하고 마지막에 상파울루공항에서 새벽 1시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와야 하는 거리인데 몇백 명이 공항으로 환송하러 나왔더군요. 정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미국공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LA에 슈라인 오디토리움(Shrine Auditorium)이라고 6,400석짜리 공연장이었는데 입장 인원수대로 입장료 받는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약속된 시간까지 공연을 못 마치면 공연 중이라도 철수하겠다고 딱 잘라 말하던 매니저가 거의 만 명에 달하는 우리 동포들이 공연을 보러 오자 얼마든지 공연이 늦어져도 좋으니 사람들을 다 입장시키고 공연을 시작 할 수 없겠느냐며 사정을 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동포가 가요무대를 찾아주셨습니다. 결국, 그날 들어가지 못한 동포들은 다른 공간에서 별도로 공연을 해드렸고 방송은 그 두 공연을 합쳐서 송출했습니다. 나중에 공연을 마치고 나서 그 매니저가 ‘이 프로그램이 도대체 뭐냐’고 물으면서 평생 이런 공연은 처음 봤다면서 감동을 하더군요. 아마 재외동포들이 가요무대를 생각하는 이런 마음들이 가요무대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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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오시면서 생각하게 된 아나운서의 사명은 무엇인가?

아나운서는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잃어버리는 민족은 망합니다. 그리고 그 나라의 사회적 혼탁은 말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사용하는 말 중에 욕이 많으면 사회가 깨끗할 수가 없겠죠. 그래서 후배들에게 아나운서들은 모국어를 지키는 파수꾼이니 정확한 말, 바른말을 국민들이 배우게 해야 한다고 항상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사전에 ‘영국의 표준어는 BBC의 언어다’고 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의 표준어는 NHK 아나운서의 말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표준어는 ‘KBS 아나운서의 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아나운서들이 더욱 열심히 표준어를 구사할 것이고 그러면 국민들도 영향을 받겠죠. 그래서 국민이 자기 나라의 말을 사랑하고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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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요무대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시대에 따라 가요무대의 모습은 변해가리라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만들던 가요무대와 지금의 무대가 조금 변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PD들이나 가수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내·외 천만 명은 가요무대를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요무대를 보면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죠. 그 답만 찾으면 가요무대는 영원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 대다수가 가요무대에서 방송된 노래를 듣고 위로로 삼고 또 그 노래 때문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 내고 신이 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가요무대를 만드는 피디나 가수, 작가, 연주자들 모든 스텝이 우리 무대를 기다리는 국민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PD들에게 꼭하는 말이 “첫 곡이 좋아야 끝까지 보고 끝 곡이 좋아야 다음 주에 또 본다. 이건 철칙이다.”입니다. 노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하잖아요. 우리 민족이 한을 가진 민족이다 보니 ‘나그네 설움’ 같은 노래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 노래는 1940 년도에 나온 노래인데 당시 그 암울한 시대적 상황에서 고향 생각, 부모 생각을 하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나라를 잃고 나그네처럼 살았던 그 한이 우리 DNA 속에 있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들어야 우리 국민이 그 노래의 가치를 알게되고 그 노래가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노래는 아무리 슬픈 노래라도 기쁘게 부르면 기쁜 노래가 되고 아무리 기쁜 노래도 슬픈 사람이 부르면 슬프게 들리는 것입니다. 가령 가요무대에 나오는 노래를 듣고 모두가 즐겁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주 좋은 사회인 것이죠. 옛말에 ‘울음에 살찌고 근심에 

살 마른다’라는 말이 있어요. 가요무대가 그런 부분도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정말로 ‘가요무대’ 같은 ‘가요무대’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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