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박국밥집 전만재 사장 "새해희망 되어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르다" 작성자 정보 PEOPLE365 작성 작성일 2021.02.14 19:47 컨텐츠 정보 조회 목록 관리 글검색 SNS 공유 본문 특집: 호남대박 국밥집 전만재 사장 주인장 소망, 새해희망 되어 따뜻한 김처럼 피어오르다.이른 아침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뿌연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 위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오른다. 시간에 쫒겨 일터로 나가는 이에게는 빈 속을 채워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되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는 그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밥상이 된다. 종로2가 탑골공원 뒤편 허리우드 극장 옆 작은 골목의 다섯 평 짜리 국밥집 ‘호남대박’! 매일 새벽 여섯시 반이면 어김없이 전만재 사장이 철재 유리문을 연다. 그가 여는 문은 곧 국밥 한 그릇의 소중한 가치를 몸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서민들의 희망을 여는 문이다. 글 박창수 기자 사진 손철희 기자 아침 여섯시 반 문을 여는 건 고객들과의 무언의 약속영하의 찬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하는 새벽! 게으른 겨울 해가 뜨기 전 국밥집이 줄지어 있는 컴컴한 골목길이 갑자기 밝아진다. 호남대박 전만재 사장이 문은 연 것이다. 새벽 다섯시에 눈을 떠서 대충 씻고 옷 챙겨 입고 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저녁 아홉시면 문 닫고 집으로 돌아가 고작 다섯 시간 자고 일어나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의 하루 출발점이다. 그 새벽에 오가는 이도 없건만 왜 이렇게 일찍 문을 여는 걸까?“눈이 쌓여도 몸이 쑤셔도 이 시간에는 열어야 합니다. 지금 열어야 한 시간 후 쯤부터 찾아오는 손님들을 받을 수 있거든요. 나 피곤하다고 문 늦게 열면 국밥 한 그릇 먹어야 하루가 든든해지는 손님들은 헛걸음 하는 일이잖아요. 누구든지 아침부터 배가 허전하면 하루가 힘들고 서글퍼지거든요” 그에게는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른 아침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무언의 약속이 있는 것. 문을 연다고 국밥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밥이 만들어지려면 한참을 삶고 다시 뼈를 고아야 한다. 마장동 거래처에서 매일 새벽 돼지머리 소머리를 가게 입구에 걸린 두 개의 쇠솥단지에 각각 넣고 삶아야 한다. 물론 넣기 전에 찬물로 손질을 한 후 파뿌리를 비롯한 몇 가지 재료를 담은 거름망과 함께 솥으로 들어간다. 가스불이 붙으면 그 다음부터는 실내 테이블을 정리하고 아침밥을 앉히고 파를 썰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육수를 내려면 세 시간 이상이 걸리니 아침 손님에게 내놓을 국밥의 육수는 이미 전날 오후에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해야 한다. 냉장고에 있던 육수를 양은 솥단지에 넣고 불을 지핀다. 그 사이에 종류별로 담긴 고기 그릇을 밖으로 내놓고 들깨가루, 후츠, 소금 등의 양념통을 챙기고 수저통까지 채우고 나면 손님을 맞이할 준비는 끝난다. 잠시도 앉아 있을 틈 없이 한 시간 반 동안 가게 안팎을 정신없이 드나든 후 그제서야 허리 한번 펴면서 봉지 커피를 타 마신다. 여덟시다. 이 즈음이면 동업사장인 유 사장이 출근하고 10여분 후엔 주방 이모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도 아침인사를 하며 등장한다. 마치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 나타나듯이 첫 손님도 “수고가 많습니다” 하며 익숙한 인사를 건네며 안으로 들어온다. 이제부터 국밥집의 전쟁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국밥에 올려진 푸짐한 인심, 단골들 입 타고 맛집으로 소문나 호남대박이 문을 연 것은 6년 전이다. 50대 중반이던 전 사장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무렵 이종사촌 형인 유상천 사장이 국밥집 동업을 제안했다. 자식들도 컸으니 큰 욕심 내지 말고 비교적 메뉴가 간단한 국밥 장사를 해보자고 한 것. “올해 제가 63세거든요. 온종일 서서 일하니까 허리가 예전 같지 않아요. 여름보다도 겨울이 힘 들죠. 삶고 썰고 끓이는 일들을 밖에서 해야 하니까 발부터 머리까지 중무장을 버텨야 합니다. 힘이 들지만 그래도 버티게 해주는 사람들이 단골들이죠. 꽤 많은 편입니다” 창업 당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은 계속 늘어났다. 작년은 코로나19로 인 해 조금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점심시간 저녁 시간에는 밖에서 줄 서 기다렸다가 먹고 가는 이름 그대로 ‘대박집’이 됐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하루 고객 3백여 명은 기본으로 찾아오는 유명한 국 밥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 골목에 7개의 점포가 나란히 줄을 지어 서 있지만, 후발주자임에 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번지면서 유명한 맛집이 됐다. 식당 경험도 없었다. 게다가 둘 다 장년의 남자 사장님이 다. 구수한 덕담까지 건네면서 살갑게 맞아주는 여주인 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듯도 한데 손님이 몰려드는 비결이 대체 뭘까? “손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 냄새가 나지 않고 국물이 진하 며 양이 푸짐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어디에 돈 들여서 광 고하겠어요. 한 번 드시고 간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단골 이 되고 또 친구나 가족들을 데리고 오면서 손님이 늘어 났지요.”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블로그에도 이 가게의 음식을 올리 고 칭찬을 하는 글과 사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블로 거들의 칭찬과 감동은 역시 맛과 가성비였다. 담백하고 푸짐하다는 것은 공통분모처럼 나타난다. 거기에 가성비 가 따라붙는다. 국밥 한 그릇 5천원. 이 돈으로 어딜 가 서 든든하게 그것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소머리국밥도 7천원으로 저렴하고 돼지머리 고 기는 1만 원, 소머리 수육도 2만 원이면 푸짐한 한 접시를 두 세 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사실 2년 전에는 돼지국밥 한 그릇에 4천원이었어요. 손 님은 많아도 단가가 낮아서 할 수 없이 천원을 올렸거든 요. 그런데 인건비와 야챗값이 계속오르니까 갈수록 순 수익은 줄어들어요. 우리는 무 배춧값이 올라가도 1년 365일 한결같이 직접 깍두기와 김치를 담거든요. 남는 게 시원찮아서 걱정하다가도 손님들이 변함없이 찾아와 주 니 그게 고마워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양도 변함없이 넉 넉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돼지머리 15개를 삶았다. 요즘은 1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손님들 사연마다 기쁨 넘쳐나는 희망 품은 국밥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 하루 휴무일을 빼고는 아침 여섯 시 반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전만재 사장은 가게 입 구가 일터다. 손님이 늘 많으니 손발이 쉴 틈이 없다. 오 후 서너 시 손님이 조금 덜한 시간에 십분 이십 분 가게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그가 즐 겁게 일하는 이유는 단골이 된 손님들의 즐거운 사연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년에 단골손님이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먹고 갔는데 다음에 와서 하는 말이 대박이 났다는 겁니다. 얘기를 들 어보니 그때 경찰공무원 시험을 앞둔 딸이 함께 와서 먹 었는데 합격을 했다는 겁니다. 또 어떤 손님은 우리 집에 서 머리 고기를 사다가 아들한테 줬는데 아들이 중요한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매주 3만원 어치씩 머리 고기를 사 서 갑니다. 정말 기분이 좋죠. 맛에 대한 칭찬만 들어도 만족스러운데 자녀들 가족들에게 행운까지 찾아왔다고 할 때는 음식에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고등학생이 와서 국밥을 먹고 간 후 집에 돌아가 자랑을 해서 자기 아버지와 함께 온 적도 있단다. 호남대박집을 찾는 손님들 사연은 셀 수없이 많다. 종로 낙원상가가 근처에 있어 유명 연예인들도 심심찮게 찾아 온다. 지난해 11월엔 개그맨 김영철도 들려서 ‘진짜 잘 먹 고 갑니다. 정말 맛있고요. 또 올게요’라는 글과 함께 사 인을 남기고 갔다. 전만재 사장은 인생 2막 일터로 국밥집을 시작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한다. 손님이 많아 장사가 잘되 어서가 아니다. “가게를 하다 보니 역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람 사는 정이 넘쳐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단골손님들이 전하는 행 복한 에피소드도 들을수록 좋지만 처음 보는 손님들끼리 서로 얼굴 마주하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참 보기 좋거든요. 저희 가게는 작아서 불가피하게 합석할 때가 많았거든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일 행이 아니면 합석은 피하고 있죠.” 그가 저녁 아홉 시 가게 문을 닫을 즈음이면 허리우드극 장 건물 주변 한구석에서 고단한 하룻밤을 청하는 노숙 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국밥 한 그릇 말아서 갖다 줘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단 다. 겨울인 데다 코로나로 인해 그들을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다면서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는데”라고 말 하는 전만재 사장. 그의 한숨 섞인 걱정은 절망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향한 국밥집 사장의 따뜻한 소망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인터뷰를 마치고 9시 즈음 전철역을 향해 움직일 때 새 해 아침 해는 붉은 열정과 반짝이는 희망을 품은 얼굴로 허리우드극장 간판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PEOPLE365 & people365.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공유 관련자료 이전 (주)라온피플 이석중 대표 - AI 원천기술확보 상용화를 선도하다 작성일 2023.05.31 17:16 다음 3M 청소년 사이언스 캠프 "언택트 시대 기업의 CSR - 청소년 교육으로 미래를 품다" 작성일 2021.05.05 18:04 목록 관리 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