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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와 라떼" -호랑이 전무님도, 나와 함께 춤을 춰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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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와 라떼" 


호랑이 전무님도, 나와 함께 춤을 춰봐요!


글 이성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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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건배사 한 번 하시죠?”   

입사한 지 한 달째인 신입사원 김행실 씨가 나대수씨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나대수 씨는 못 이기는 척 일어서더니, 주먹을 입에 대고 흠흠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있던 맥주캔을 집어 들며 목청을 높였다.  

“코로나 시국에 우리 모두 고생이 많아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회식을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합니다만, 자! 끝까지 잘 이겨내고 내년엔 꼭 ‘갓생’ 합시다!”  나대수 씨의 한 마디에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살리고자 애썼다. 누구보다 김행실씨의 리액션이 후끈했다. 갓생이 입에서 입으로 울려 퍼졌다. 


“오~, 전무님. 레알 갓생!”  “전무님께서도 갓생하세요!”  “갓생!”

맥주캔들이 여기저기서 부딪쳤다. 나대수 씨는 혼란한 틈에서 팔을 쭉 내뻗었다. 김행실 씨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캔을 내밀어 부딪쳤다. ‘고마워.’ 나대수 씨는 입 모양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갓생’이란 단어는 김행실 씨가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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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실’이란 이름이 요즘 사람에게는 창피할 법도 하겠다 싶었지만, 김행실 씨는 제 이름을 ‘바른 행실로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살라’고 아버지가 지어줬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나대수 씨는 그 모습이 참 대견해 보였다. 우연히 보았던 김행실 씨의 카카오톡 프사에서 흰머리를 정갈하게 넘긴 채 양복을 멋스럽게 차려 입은 중년 남성을 보았다. 가슴에는 하트를 들고 있었는데, 그 하트 안에 ‘갓생’이란 글자가 쓰여 있었다. 

나대수 씨는 참지 못하고 김행실 씨에게 뜻을 물었다. 김행실 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답해 주었다. 나대수 씨는 그런 김행실 씨의 모습이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 올해 회식은 이쯤에서 끝낼게요.” 

“어우~”  “모두 아쉬울 거란 거 알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서로 조심들 하자고요.”

이렇게 말하는 나대수 씨도 아쉬운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나대수 씨는 사무실을 한차례 훑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쉬운 사람들은 네 명씩 움직일 수 있으니까, 각자 뜻 맞는 사람들끼리 움직이도록 하세요. 오늘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합니다.”  

“와아!”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일순간 들끓었다. 이내 여기 저기서 “어때? 어때?”

하는 소리가 두더지 게임처럼 튀어 올랐다. 

‘그래, 차라리 더 좋겠지? 상사 눈치 볼 것 없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노니까 말이야.’

나대수 씨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이었다. 


“전무님, 저희랑 같이 노래방 가실래요?”

돌아보니 김행실 씨가 방긋 웃고 있었다. 그 옆으로 김행실 씨와 함께 

입사한 신입사원 둘이 서 있었다. 

“흠, 내가 필요한가? 계산할 카드가 필요한가?” 

“아휴, 무슨 말씀을요. 당연히 ‘갓생’ 하시는 전무님이죠!”

“하하하.”


단출한 인원만큼 노래방은 적당히 좁았다. 

“전무님, 먼저 부르실래요?”

“아니야, 자네들 먼저 부르게.”

나대수 씨는 극구 사양했다. 그러면서 내심 후회를 했다. 

분위기에 취해 무턱대고 따라오긴 했으나,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노래를 불러서 혹여 분위기를 망칠까 내심 불안했다. 

이런 나대수 씨의 마음을 알긴 하는지 신경이나 쓰는지, 

신입사원들은 얼마만의 노래방이냐며 저마다 들떠서 예약 버튼을 눌러 댔다. 

순식간에 다섯 곡이 예약되었다. 


첫 번째는 곽진언이란 가수의 노래였다. 김행실 씨가 마이크를 붙들었다.

나대수 씨는 그저 멀뚱히 눈만 끔뻑였다. 그러다 곧 고개를 갸우뚱했다.

♪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 

다음 노래는 아이유의 노래였다. 젊은 가수지만 워낙 유명했다. 나대수 씨도 잘 알았다. 

소주를 마실 때마다 사진을 보았으니까. 그래서였을까? 노래마저도 익 

숙했다.  

♬ 그렇게 보고 싶던 그 얼굴을 그저 스쳐지나면 그 

대의 허탈한 모습 속에 나 이젠 후회 없으니~ ♪


노래

 아이유 – 사랑이 지나가면(이문세) 

 곽진언 –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유재하) 

 손디아 – 꿈에(조덕배)

 브라운 아이드 걸스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임현정) 

 어반자카파 – 기분 좋은 날(김완선)


다음 노래는 손디아. 처음 보는 이름의 가수였다. 래퍼일까? 인디밴드일까 ? 

상상을 해 보았다. 

♬ 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 봐 난 눈 못 뜨고 그대를 보네 물거품처럼 

져버린 내 꿈이여~ ♪

브라운 아이드 걸스. 외국 팝송인가?

♪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잊으라는 그 한 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 꿈을 꾸고~ ♬

나대수 씨는 신입사원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점점 가슴이 뜨거워졌다.

래를 부른 가수들은 몰랐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나대수 씨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흥얼흥얼 노랫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어반자카파, 기분 좋은 날.”

나대수 씨가 화면에 뜬 가수와 노래 제목을 가만히 읽었다. 

그때 김행실 씨가 다가와 팔을 내뻗었다. 나대수 씨 앞으로 마이크를 내밀었다. 

“응? 난 모르는데?”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마도 노래는 아실 거예요. 같이 불러요!”

김행실 씨가 먼저 노래를 불렀다. 마이크가 없는 신입사원들도 생목으로 

라 불렀다. 어느새 나대수 씨도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흥얼흥얼. 모르는 줄 알았던 노래가 술술 나왔다. 


리메이크 곡! 태어난 시기가 다르다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고, 어쩐다고 

쩐다고, 온갖 이유가 있다고 함께 못 어울리겠는가. 

서로 즐기자는 마음만 맞으면 된다. 

X세대이건 MZ세대이건 다 함께 즐길 수가 있다. 좋은 노래는 세대를 이어져 불린다. 좋은 사람들은 어떤 세대이건 함께 어울린다.  

♬ 왠지 바쁜 월요일 정신없던 화요일 지루했던 수요일은 가고 황금 같은 토요일이 바로 오늘이잖아요 나와 함께 춤을 춰봐요~ ♪


+   +   +

이성주 작가는 어린이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고, 그림책 출판사 편집장으로 오랫동안 책을 만들었다. “밑줄 긋는 자리에 삶이 놓인다.”라고 생각하면서, 네이버 인플루언서와 엑스퍼트에서 ‘@연필꽂이하루일기’로 활동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가 오면 노랑 잠수함을 타요>, <무지개 친구들>, <고슴도치의 선물>, <천재 과학자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톡톡 한국 

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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